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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토트넘의 유로파 올인, 그리고 데 제르비 리빌딩의 딜레마

이번 시즌 토트넘 홋스퍼의 행보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20개 팀 중 16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쥐고 있고, FA컵은 32강, 리그컵은 4강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은 이제 유로파리그 우승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단 전체가 유로파리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보되/글림트와의 4강 1차전 홈경기에서 3-1 완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에 청신호가 켜지자, 토트넘은 즉각 EPL 사무국을 압박해 일정 변경을 관철시켰다. 다가오는 22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릴 결승전을 대비해 애스턴 빌라와의 37라운드 일정을 현지 시간 16일 저녁으로 앞당긴 것이다.

당연히 빌라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일요일로 예정되어 있던 홈 최종전을 뜬금없이 주중으로 당기는 것도 불만족스러운데다, 특정 팀의 유럽대항전 준비를 위해 리그 일정을 바꿔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내친김에 15일로 경기를 당겨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우여곡절 끝에 16일(한국시간 17일 오전 3시 30분)로 합의를 봤다. 만약 토트넘이 2차전 원정에서 미끄러져 결승행이 좌절되더라도 이 변경된 일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여담으로 토트넘과 똑같이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노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아틀레틱 빌바오를 1차전에서 3-0으로 완파한 뒤, 첼시와의 리그 원정 경기를 17일로 조정하며 유럽 무대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당장의 유로파리그 트로피도 중요하지만,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의 시선은 이미 다음 시즌을 향한 대대적인 스쿼드 개편에 쏠려 있다. 그동안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던 뒷문을 아예 콘크리트로 발라버리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데 제르비 감독은 브라이튼 시절 자신의 축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50경기 이상을 소화했던 애제자 얀 폴 반 헤케를 5,2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을 들여 데려왔고, 여기에 마르코스 세네시까지 품에 안으며 수비진의 체급을 확실하게 키웠다.

문제는 이 의욕적인 리빌딩 프로젝트가 뜻밖의 골칫거리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스쿼드의 질이 높아지는 건 환영할 일이나 기존 유망주들의 교통정리가 시급해졌는데, 여기서 루카 부스코비치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함부르크 임대 시절 꽤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돌아온 이 19살 수비수 입장에선, 1군 무대 출전이 가장 간절한 시기에 거물급 경쟁자들의 합류가 달가울 리 없다.

이 틈을 타 브라이튼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브라이튼은 이미 3,500만 파운드 규모의 오퍼를 포함해 두 차례나 영입을 타진했지만 토트넘이 이를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데 제르비 체제에서 수비진을 재편하려는 토트넘과 그 빈틈을 파고드는 브라이튼의 신경전이 꽤나 흥미롭다. 브라이튼이 내민 카드는 명확하고 치명적이다. 바로 현재의 토트넘이 부스코비치에게 당장 보장해 줄 수 없는 ‘꾸준한 1군 출전 기회’다. 성장의 결정적 갈림길에 선 19살 유망주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데 제르비 감독의 결단이 토트넘의 남은 이적시장을 뒤흔들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By 윤은서 (Yoon Eun-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