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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통의 과도기: ‘ㅇㅇ’으로 불거진 세대 갈등과 플랫폼의 장벽

오늘날 업무 환경에서 모바일 메신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빠르고 효율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명분 아래 메신저는 사무실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운 형태의 갈등과 변화가 꿈틀대고 있다. 한쪽에서는 짧은 단답형 메시지를 두고 세대 간의 ‘동상이몽’이 벌어지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자사 플랫폼 내 외부 AI 사용을 차단하며 소통 도구의 지형 자체를 흔들고 있다.

‘ㅇ’ 한 글자에 담긴 뉘앙스, 효율성인가 무례함인가

판교의 한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28세 A씨는 최근 직속 상사인 크리스(가명·35)와의 대화가 몹시 불편하다.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며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업무 지시에 대한 답변은 권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사는 A씨의 보고에 습관적으로 ‘ㅇ’이라는 자음 하나만을 보낸다. A씨는 이를 두고 “효율을 핑계로 기본 예의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지시에는 ‘넵’을 강요하면서 본인은 ‘ㅇ’ 하나로 떼우는 것이야말로 반말보다 더 성의 없는 태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갈등은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선호출기(삐삐)나 2G 폰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기성세대와 스마트폰이 첫 통신 기기였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간의 소통 방식 차이가 직장 내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가 직장인 12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5.3%가 업무 중 메신저 대화에서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텍스트 기반 소통이 대면이나 통화보다 의사를 왜곡시킨다는 의견은 무려 72.0%에 달해, 메신저 소통의 한계가 명확함을 시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ㅇ’ 혹은 ‘ㅇㅇ’과 같은 초성 답변을 대하는 세대별 온도 차다. 20대의 경우 무려 85.1%가 초성 답변에 대해 ‘성의가 없다’거나 ‘최소한의 이모티콘이라도 보내야 한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50대에서는 부정적 응답이 69.7%로 다소 낮았으며, ‘의미만 통하면 된다’는 긍정적 인식은 50대가 46.1%로 20대(32.3%)보다 높게 나타났다. 콘텐츠 업계 종사자 B씨(38)는 “반복되는 단답형 메시지를 받으면 상대방이 대화를 회피하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텍스트 입력을 넘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태도가 디지털 텍스트에 투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의 승부수, 왓츠앱에서 타사 AI 챗봇 퇴출

직장인들이 텍스트 한 글자의 뉘앙스를 두고 씨름하는 사이, 글로벌 메신저 시장에서는 소통의 도구 자체를 둘러싼 거대한 변화가 예고되었다. 메타(Meta)가 운영하는 왓츠앱(WhatsApp)은 오는 2026년 1월 15일부터 플랫폼 내에서 챗GPT(ChatGPT)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과 같은 타사 AI 챗봇의 접근을 전면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약관 변경을 넘어 거대 언어 모델(LLM)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메타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자사 AI 도구의 왓츠앱 연동 종료를 시사했다. 챗GPT 사용자는 그나마 대화 기록을 내보내 다른 플랫폼에서 이어갈 수 있는 방편이 마련되어 있으나, 코파일럿 사용자들은 대화 기록 이관조차 불가능해 상당한 불편이 예상된다. 다만, 메타는 기업이 고객 응대 목적으로 사용하는 AI 봇에 대해서는 자사 정책을 준수하는 조건 하에 예외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이는 비즈니스 생태계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이나, 일반 사용자들의 워크플로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폐쇄적으로 변하는 디지털 생태계와 사용자의 과제

업계 전문가들은 메타의 이번 결정을 ‘자사 생태계 가두기(Lock-in)’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GSM 아레나 등의 외신은 메타가 타사 AI 도구를 제한함으로써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고, 사용자 경험을 자사의 AI 기술 중심으로 통합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향후 왓츠앱 내에 메타 자체 AI를 활용한 자동 응답이나 스마트 채팅 기능이 더욱 고도화될 것임을 암시한다.

결국 사용자는 미시적으로는 상사와의 ‘단답형’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야 하는 숙제를, 거시적으로는 파편화되는 플랫폼 정책 속에서 자신의 데이터를 지키고 업무 효율을 유지해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되었다. 메신저는 더 이상 단순한 대화 창구가 아니다. 그 속에서 오가는 짧은 단어 하나에는 세대의 문화가, 그리고 챗봇의 작동 여부에는 거대 기술 기업의 패권 다툼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26년의 변화를 앞두고 개인과 기업 모두 디지털 소통 방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