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인사이드] 뮤지컬 ‘닥터 지바고’, 혁명과 전쟁의 순간에도 ‘사랑’은 꽃핀다

2018-03-11 22:11

▲ 사진=오디컴퍼니

[투비스 김나연 기자] 찬란한 봄날이 다가왔음에도 TV를 틀면 정치, 사회, 국제 등 저마다의 분야에서 참 시끄럽다. 세상에 감춰져 있던 죄인들이 세상으로 드러나는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보는 이들의 지친 심신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이렇게 따뜻한 봄날에 시끄러운 세상 이야기 대신 가끔은 아름다운 이야기로 마음을 달래보고 싶다. 그래서일까. 최근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한국 재연 소식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닥터 지바고’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 소설로, 소련 반세기 만에 처음 나온 문학작품으로 평가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입증하듯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재탄생돼 전세계를 매료시켰던 ‘닥터 지바고’가 6년 만에 보다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국내 관객들 곁을 찾는다.

▲ 사진=오디컴퍼니

오랜 명성을 가진 작품인 만큼 이번 공연은 초연 못지않은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한국의 뮤지컬 매니아들 사이에서 통칭 ‘류님’, ‘류르신’으로 불리며 한국 뮤지컬계의 자존심으로 우뚝 서있는 배우 류정한을 필두로 박은태, 조정은, 전미도 작품에 완성도를 더할 수 있는 출중한 배우진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어 많은 뮤지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닥터 지바고’는 20세기 러시아 혁명기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아왔던 의사이자 시인 유리 지바고가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여인 라라와 만나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피우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 사진=오디컴퍼니

모스크바 부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8세에 부모를 여의고 명망 높은 그로메코 가(家)에 거두어진 유리 지바고. 훌륭한 의사이자 시인으로 성장한데에 이어 그로메코 가의 딸 토냐와 결혼까지 하게 된 그와는 달리, 라라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러시아 고위 법관인 코마로프스키와 원치 않은 관계를 이어온다.

이처럼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은 유리와 토냐의 결혼식이 열리는 무도회장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되고, 유리는 라라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이후 두 사람은 전쟁터에서 남편 파샤를 찾기 위해 나선 종군간호사와 군의관으로 다시 한 번 재회하고, 죽음이 눈앞에 오가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피워나간다.

▲ 사진=오디컴퍼니

이렇듯 ‘닥터 지바고’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이라는 실제 역사적 배경 속에 두 남녀의 절절한 로맨스를 녹여냈지만,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만 그친 것도 아닌, 적절한 조화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 것.

‘닥터 지바고’는 무대라는 제한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디자인, 조명, 그리고 소품 하나하나까지 그 공간을 200% 활용한 표현력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순식간에 전환되는 배경은 놀라움과 동시에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특히 방대한 배경을 표현해내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영상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한다. 그저 아름다운 배경 그림이 아닌, ‘영상’이라는 특색에 맞게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면서 극의 생동감을 더한다.

▲ 사진=오디컴퍼니

출중한 실력을 가진 배우들의 활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공 유리 지바고로 분한 박은태는 시인이자 의사로서의 올곧은 모습과 현실과 라라를 향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넘나들며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뽐냈다. 라라 역의 전미도 역시 코마로프스키를 향한 두려움과 증오가 뒤섞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냄과 동시에 사랑 앞에서는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면모까지 완벽히 소화해냈다. 특히 유리의 아내 토냐 역의 이정화와 마주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감정연기와 동시에 청아한 두 목소리가 어우러진 노랫소리로 눈과 귀를 황홀하게 만들어 준다.

코마로프스키 역의 최민철은 그저 악역인 것처럼 보이다가도 라라를 향한 감정을 잊지 못하고 그를 돕는 입체적인 캐릭터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강필석 또한 순진하면서도 열정적인 파샤와 극단적이고 무자비한 혁명가 스트렐니코프, 결코 동일인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정 반대의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여기에 토냐의 부모 알렉산드르와 안나 역의 김봉환과 이경미의 감초 같은 연기가 더해져 감동과 동시에 극 중간 중간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시간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혁명과 전쟁이라는 혼돈 속, 마치 운명과도 같이 마주한 유리와 라라.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오는 5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되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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