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인터뷰]대세 아티스트⑤ '망고서림' 이진형 대표 "'망고'가 곧 나, 이유가 생겼다"

2018-06-08 18:06



[투비스 류이나 기자]우사단 길을 지나다보면, 눈에 띄는 간판이 있다. '망고서림'. 망고를 연상시키는 진노랑색에 꾸밈없이 정직하게 써져있다. 망고서림의 정체성을 군더더기 없이 잘 표해준 간판이라 생각했다.

초여름의 6월, 송글송글 맺힌 땀바람이 우사단 길에 오르면 바람에 기분좋게 식는다. 망고서림은 이같은 좋은 기분을 한 번 더 끌어올려주는 공간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고양이와 오래 있고 싶어 망고서림을 만든 이진형 대표를 만났다.

이진형 대표는 대학의 교직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 하고 서점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그의 간판만큼이나 군더더기 없었다.

"고양이를 기르는데 고양이와 가까이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게 계기였다. 이름이 김선생이다. 고양이와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어서 오픈했지만 막상 현실은 달랐다. 김선생이 이 곳에 오면 스트레스를 받더라. 그래서 오히려 함께 지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지난해 여름에 문을 연 망고서림에는 예술과 인문학 위주의 책들이 배치돼 있었다. 바리스타했던 경험을 살려 커피 등 음료도 팔고 있다. 곳곳에는 호기심이 들만한 물품도 있었다. 한 번도 안마셔본 사람은 있을지 언정, 한 번만 마셔본 사람은 없을만큼 커피 맛이 좋았다.

"좋아하는 책 위주로 들여놨다. 오시는 분들 중에 추천을 바라시면, 해드린다. 추천은 사람의 성향에 맞춰 해주고 있다."

이진형 대표는 스무살 넘어서부터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단다. 늦게 찾은 취향이 그의 인생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상상이나 했을까.

"사실 교직원, 바리스타 등 여러가지 직업을 했었다. 대학도 1년만 다닐 생각으로 아무과나 갔다. '놀아보자'란 생각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만족스러운 결정이다. 그 때 삼촌이 학비를 내주셨는데 상의 없이 학교를 그만뒀다.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진형 대표의 도서 취향을 파고들어봤다.

"독일어권 문학을 좋아한다. 인간의 심리, 의식과 의식 사이의 무의식, 그리고 그 무의식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게 독일어권 문학의 특징이다. 그 부분을 빠뜨리지 않고 쓰려는 점을 좋아한다. 독일어권 문학의 장점이다."

"좋아하는 작가는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hard)다. 오스트리아 작가인데 독일어로 글을 썼다. '소멸'이란 책을 좋아한다. 본인 자체가 오스트리아를 넘어 싫어해서 책을 오스트리아에서 출간하지 못하도록 했다.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와 많은 점이 닮아있다. 침략도 받았었고 부흥하기도 했다. 지금은 잘 살고 있는 나라지만 베른하르트는 오스트리아가 받았던 핍박, 서러움을 외면하지 말자고. 좋은 것만 보려하지 말고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고 책을 통해 말한다. 문장도 그로테스크 하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이다."

망고서림에서는 책을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모임도 주최한다. 지금까지 시 낭독 모임으로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취향과 생각을 공유했다.

"지금은 지역문화와 연계할 수 있는 모임을 고민 중이다. 우사단 길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우사단 길에서만 할 수 있는 문화, 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어떤식으로 풀어낼지 생각 중이다."

회사를 떠나 개인이 주체가 돼 도모하는 일은, 자유를 줄 것 같지만 막상 부딪쳐보면 생각했던 이상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이진형 대표도 그 점을 피부로 느꼈다. 하지만 분명 자신에게 배움으로 작용하는 점도 있다.

"나라는 사람의 주체성은 분명하게 생겼다. 모든 일에 대해, 내 삶은 내가 책임진다는 걸 느낀다. 남탓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게 내 선택으로 결정된다. 자아성장을 한다는 거창한 말보다는, 내 자아를 하나 더 찾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망고서림을 운영하며 동네 사람들은 나를 '망고'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 점이 참 좋다. 노란색에 씨 같은거 신경 안쓰고 무르고 달기도 한. 그 안에 이진형이란 자아가 있다. 그게 '이망고'다."

"사실 망고서림을 운영하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그러면 망한다.(웃음) 그래도 내 하루를 온전히 내가 쓴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많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담은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한편으론 로망으로 보일 수 있겠다. 이진형 대표는 간단하게 말한다.

"취향을 밀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90년대 태어나 음악하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느낀다. 취향을 꺾지 않고 나갔을 때 획득하는 지점이 있다. 다음 세대들을 보며 많이 느끼고 있다."

이진형 대표는 거대한 꿈과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요즘 젊음이 사라졌을 때 무얼 가져가야 하나 생각한다. 걱정도 되지만 두렵진 않다. 젊음으로 되는 걸 하고 싶다. 그래서 항상 생각하는게 '망해도 아쉽지 않다'다. 어쨌든 망해도 다음으로 내딛을 힘은 있으니까. 그게 젊음인 것 같다.

"일년 쯤 운영해보니 이제 조금 더 장사를 하려는 마음이 생겼다. 흔들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그 전에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입장에서 '달려보자' 싶었다. 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망고'란 자아가 생기지 않았나. 싫어도 해야 한다. 그게 곧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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