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윤의 무비레터]이별에 대처하는 엄마와 아들의 자세

2017-11-01 17:18



"우리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싶다"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한 엄마가 말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다 같겠지만 멀쩡한 사람도 혼자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에서 편견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장애를 가진 엄마의 마음은 오죽할까.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인규(김성균)을 24시간 동안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고두심)가 이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휴먼 드라마다.

애순은 조그만 슈퍼를 운영하면서 문경(유선)과 인규(김성균)을 키워낸 대한민국 엄마다. 억척스러운 마음이 있지만 자식들을 사랑하는 모습이 우리내 엄마다. 다만 남들과 다를게 있다면, 30대의 아들 인규는 일곱 살 지능을 가졌다. 활달한 성격의 사고뭉치로 애순은 한 시도 아들에게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렇기 30년을 넘게 살아왔기에 인규는 습관이고, 생활이고, 공기같은 아들이다.

그런 애순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애순은 죽음과 고통보다는 혼자 남겨질 인규가 더 두렵고 걱정이 된다.



애순은 자신이 없이 혼자 살아갈 인규를 위해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생활 습관부터 인규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제빵까지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그렇게 인규는 서서히 엄마 품 안에서 세상으로 걸어나간다.

'채비'가 가지는 강점은 많이 소비되는 안타까운 모자 이야기를 슬프게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큐멘터리, 즉 실화를 바탕으로 그렸기에 다른 그것들보다 조금 더 담담하다. 감정이 고조되는 감정에서는 오히려 밝은 톤의 음악을 사용하기도 했다.

'채비'는 연기 45년 경력의 국민엄마로 불리는 고두심의 연기가 역시나 돋보인다. 수많은 엄마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매번 디테일로 다른 엄마들을 그려왔던 그는 이번에도 애순의 삶 그 자체를 연기했다.

살인마부터 삼천포까지 매번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온 김성균은 '채비'를 통해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 조금 느리지만 해맑고 순수한 인규를 섬세한 표정을 조심스럽게 담아냈다. '채비'를 본 관객들이라면 김성균의 놀라운 연기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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