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윤의 무비레터]'꾼' 의심과 확신의 미학

2017-11-15 18:21



"의심은 해소시켜주면 확신이 되거든"

'꾼'에서는 도무지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케이퍼 무비의 반전의 미학을 제대로 살린 '꾼'. 사기'꾼'들이 모여 관객들의 뒤통수를 칠 준비를 마쳤다. 관객들은 그저 웃고 즐기면 되겠다.

'꾼'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다.

현빈은 사기꾼들만 골라 사기를 치는 황지성 역을 맡았다. 같은 목적을 황지성과 손을 잡는 검사 박희수는 유지태가 연기했다. 박희수에게 약점이 잡혀 그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기꾼 3인조 고석동은 배성우, 춘자는 나나, 김과장에 안세하가 열연했다.

황지성은 변장, 모사 등에 능한 사기꾼이다. 사기꾼들에게 접근해 사기치는 이력으로 고석동도 황지성에게 당해 교도소에 다녀왔다.

황지성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장두칠을 잡아야 하고, 박희수는 장두칠 담당검사 였지만 어딘가에서 자꾸 장두칠 목격담이 나오자 골머리를 앓는다. 박희수는 수사 중 황지성이 장두칠에 대한 문서를 캐고다닌단 걸 알게 됐고, 오히려 그를 이용하려한다.

사기꾼보다 더 악랄해보이는 박희수,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 황지성. 두 사람은 좀처럼 진심을 내보이지 않으며 자신들이 원하는 계획에 다가가기 위해 속고 속이는 판을 짠다.

케이퍼 무비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 '도둑들', '기술자들', '마스터', 올해에는 '원라인'까지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꾼'이 가지는 차별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조희팔이 2004∼2008년까지 전국에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 명의 돈 4조 원을 가로챈 일명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꾼'이 주는 쾌감은 강렬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사기꾼 역에 도전한 현빈은 능수능란하게 자기에 맞는 황지성의 가면을 썼다. 능글맞기도 하고 진심을 내보이는 것 같다가도 속을 알 수 없는 지성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정과 톤으로 완성했다. 진중해보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현빈은 '꾼'으로 뒤집었다.

현재 KBS2 '매드독'에서 전직 경찰로 보험조사팀 팀장 최강우 역으로 출연 중인 유지태는 스크린에서는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검사 박희수로 분해 자신의 명불허전 연기를 보여준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배성우, 박성웅, 안세하, 나나의 시너지가 재기발랄하게 이뤄진다.

단순히 권선징악이 아닌 이야기를 풀어가는 새로운 '꾼', 현빈과 유지태의 캐릭터 플레이가 궁금하지 않은가. 현빈이 '공조'에 이어 또 다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오는 22일 개봉.

[편집자 주 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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