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나의 맨 IN 무비 ]남자들마저 믿고보게 만든 이병헌 '인생작' 추천

2018-01-03 16:15



[투비스 류이나 기자]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간 영화 관객수가 2억명을 돌파한 대한민국. 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보는 나라다. 매달 10편에서 20편의 영화가 쏟아지는 현재, 투비스가 매주 남자들이 '믿고보는' 배우를 꼽고, 그 배우의 추천작을 추린다. 연기력과 캐릭터 변신을 우선시했다. 약속 없는 주말, 집에서 나만의 영화관을 만들고 명배우들의 연기에 흠뻑 젖어보자.

편집자주.



'맨 IN 무비 ' 첫 번째 시리즈 주인공은 바로 이병헌이다. 이병헌은 매년 2~3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자면 무엇부터 먼저 입에 올려야 할지 고민이 앞섰다.



'번지점프를 하다'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신선하다와 충격적으로 갈렸다. 공공연하게 금기시된 동성애 코드가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영화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인생영화'로 회자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2011년에는 10주년 기념 재개봉이 이뤄지기도 했다. 개봉 20주년을 바라보는 지금이지만 이 영화가 주는 감성과 여운은 최근 개봉된 영화들 못지 않게 팬들에겐 생생하다. 그 중심에는 이병헌의 연기가 있었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1983년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한 연인이 2001년 다시 ‘환생의 인연’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김대승 감독의 영화. 이병헌은 서인우 역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이병헌이 태희(이은주)와 사랑을 나누는 83년과 태희를 잃고 18년 후 고등학교 교사가 된 2001년이 교차돼 나온다. 서인우는 제자 현빈(여현수)에게서 태희를 느끼게 된다.

당시만 이병헌은 수 많은 배우 중 하나였지만, 많은 사람들은 '번지점프를 하다'로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그만큼 제자에게 끌리는 자신을 부정하고, 옛 연인 태희를 찾으려하는 아이러니한, 재훈의 연기를 세심하게 연기했다. 극 중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재훈의 내레이션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병헌은 내레이션을 100% 이해시키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아직 이병헌이 낯설다면, '번지점프를 하다'를 꼭 보길 바란다.



두 번째 작품은 감성연기의 방점을 찍었던 이병헌이 연쇄살인마를 응징하는 국정원으로 분한 '악마를 보았다'. '악마를 보았다'는 살인을 즐기는 연쇄살인마(최민식)와 그에게 약혼녀를 잃고 그 고통을 되돌려주려는 한 남자(이병헌)의 광기 어린 대결을 그린다. 이 작품은 미국영화전문 리뷰 매체 ' taste of cinema'가 '당신이 꼭 봐야 하는 한국 최고의 스릴러 영화 15편' 중 10위에 순위를 올리기도 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엔딩이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이병헌은 약혼녀를 잃은 수현을 연기했다. 국정원인 수현은 약혼자를 연쇄살인마에게서 잃은 후 응징을 다짐한다. 수현은 잡았다가 고통을 주고 다시 풀어주고, 다시 추격하면서 잔인한 방식으로 술래잡기를 반복한다. 수려한 액션신, 이병헌의 원망과 복수 담긴 눈망울, 그러면서도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의 표현들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엔딩신이 왜 그가 이병헌인가를 증명한다.



'내부자들' 개봉 전 이병헌은 논란의 중심이 됐다. 2014년 50억 협박사건 등 사생활 논란에 휘말렸다. 그리고 2015년 '내부자들'로 그 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논란과 비난을 받았던 이병헌이 1년 만에 오로지 연기로만 여론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이병헌은 앞서 7번이나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의 고배를 마셨다. 2001년 '번지점프를 하다', 2002년 '중독', 2003년 '달콤한 인생', 2008년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2010년 '악마를 보았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노미네이트 됐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7전 8기라 했던가 이병헌은 '내부자들'로 그 해 충무로를 휩쓸었다. 최악의 스캔들 주인공에서 최고의 영예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건 이병헌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악마를 보았다', '달콤한 인생'으로 강렬한 색채를 띄었던 이병헌이 '내부자들'에서는 강하지만 인간미 있는 캐릭터로 변모했다.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물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정치깡패 안상구로 출연했다. 비리로 권력의 최전선에 있다가 배신으로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안상구가 검사 우장훈(조승우)과 함께 기득권들에게 받은대로 돌려주는 사이다 결말이 많은 환호를 받았다. 그가 복수를 다짐하고 정의의 편에 설 때 영화는 마치 제 2막을 예고하는 듯 흥미진진함을 자아낸다. 그가 젓가락질을 서툴게 할 수록, 그가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 한잔"이라고 어눌하게 말할 수록, 남자들은 그에게 더 빠져들고 즐거워했다. 이병헌 연기에 힙입은 '내부자들'은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역대 청불영화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은 다시 한 번 감성 연기의 방점을 찍은 '싱글라이더'다. 이 작품은 이병헌마저도 인생영화로 꼽는 작품이다. 관객수는 35만명이 그쳐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병헌표 감성 연기가 영화가 끝난후 잔상에 남는다.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을 그렸다. 이병헌은 극중 강재훈 역을 맡아 남편과 아버지 어깨에 짊어진 무게를 과하지 않게 표현했다.

영화는 재훈이 호주로 사라지는 과정을 그의 시선에서 따라간다. 호주에서 아내과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피고 쉽사리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하루 아침에 돈을 모두 날려버린 가장이 가족을 바라보는 눈빛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앞서 '마스터', '내부자들', '밀정', '매그니피센트7'까지 사기꾼, 정치깡패 등 카리스마가 짙게 묻어나는 연기를 해왔던터라 그가 이 영화를 내놓을 때쯤에는 감성영화로 필모그래피 판도를 뒤집었다.

마지막에는 충격적인 진실 뒤 반전이 드러나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지독하게 씁쓸한 반전의 여운은 꽤 강하게 다가온다. 실제 이민정과 결혼해 아들을 두고 있는 이병헌은 '싱글라이더'의 재훈에게 공감하고 오롯이 받아들이며 현실적인 연기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본 남자들은 현대사회에서 남자의 위치, 남자의 무게, 남자의 쓸쓸함을 공감하며 이병헌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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