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나의 맨 IN 무비 ]'버닝' 어차피 태워질 청춘

2018-05-23 17:26



[투비스 류이나 기자]'버닝' 청춘의 불안이 서서히 점화되고 마지막에 모두 불타올라 전소됐다. 영화 '버닝'을 보는 내내 느끼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영화가 끝난 뒤 남는 잔상은 음울하고 어스름하고 끝내 자신의 몸을 장작을 쓴 듯 태워버린 청춘이다.

종수(유아인)는 유통회사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우연히 해미(전종서)를 만나게 된다. 종수와 해미는 어렸을 적 같은 동네에 살았던 친구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각자 꿈은 가지고 있다. 종수의 꿈은 작가. 해미의 꿈은 아프리카에 가서 그레이트 헝거가 되는 것. 생기가 넘치는 해미의 에너지가 종수의 막연한 삶에 숨통이 된다.

해미는 결국 아프리카로 그레이트 헝거를 직접 보러 갔고 그 동안 고양이를 종수에게 부탁했다. 종수는 낯선 사람이 오면 숨어버린다는 고양이 보일의 존재 자체도 확신할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 해미가 돌아오고 그 곳에서 만난 남자 벤(연상엽)을 소개 받는다. 벤은 다정하고 자상하지만 어딘가 모르고 섬뜩하고 허기져 있는 인물. 해미는 종수의 트럭보다는 벤의 포르쉐에 오르고, 종수의 이야기 보다는 벤의 재미에 눈을 돌린다. 20대의 종수는 자신을 점점 작아지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드는 벤의 존재가 달갑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벤은 자신의 은밀한 취미 생활을 종수에게 공개한다. 비닐하우스 태우는 취미를. 어딘가 미심찍었던 종수는 벤의 취미를 확인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모두 찾아다닌다. 어쩐 일인지 그 날 이후, 해미도 자취를 감춘다.

의문만 남은 종수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해미는 왜 사라졌는지, 고양이가 정말 있기나 한건지, 우물에서 빠졌다는 말은 진짜인지. 수수께끼같은 세상에서 도무지 해답을 얻을 수가 없다.

무라카히 하루키 '헛간을 태우다'에서 소재를 차용해 만든 이창동 감독. 이 감독이 바라보고 있는 청춘은 이토록 뜨겁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게 타버리는 '버닝'일까.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지만 현지에서 뜨거운 호평을 얻었다. 온몸으로 불안한 청춘을 연기한 유아인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현재 절찬 개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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