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나의 맨 IN 무비 ]소년의 첫사랑과 성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8-05-09 13:13



[투비스 류이나 기자]한 여름의 열병같은 첫사랑 이야기로 루카 구아다니노가 국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 엠 러브'에서 농염한 중년의 욕망을, '비거 스플래쉬'에서 들뜬 네 남녀의 질투와 욕망을 다뤘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햇빛같은 사랑에 어쩔 줄 몰라하는 소년과 청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내며 욕망 3부작을 완성했다.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 작품은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와 올리버(아미 해머 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퀴어 영화다. 엘리오는 이탈리아 시골에서 여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열일곱 살의 소년이다. 역사학자 아버지의 보조로 보름 동안 올리버가 엘리오의 집에 머물게 되고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직 여물지 않은 듯 마르고 가녀린 체구의 엘리오는 키와 덩치가 크고 남자다운 올리버가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하지만 올리버는 앨리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시골 사람들과 어울린다.

사춘기 열일곱살의 소년이 그렇듯 자신과 다른 수려하고 박식한 올리버란 남자를 보면서 호기심을 품던 앨리오는 곧 동경으로, 이어 사랑으로 올리버를 바라보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앨리오는 올리버에게 폭죽처럼 다가간다. 하지만 앨리오보다 성숙한 올리버는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곧 맞닿게 되는데, 이 과정까지 영화는 두 사람이 어느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고 있음을, 차곡차곡 주고 받은 신호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이 서로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켜켜이 쌓은 감정선이 앨리오와 올리버의 특별하게 보일 수 있는 동성연애를 남녀의 일상적 사랑과 같음을 상기시킨다.

한 예로 계란을 깨먹는 올리버는 더 먹으라는 주변의 경우에 "난 나를 잘 안다. 더 먹으면 계속 먹고싶어질 것"이라면서 자제력을 보여준다. 이는 계란이 아닌 올리버가 앨리오를 향한 욕망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사랑은 앨리오가 아닌 올리버가 먼저 시작했음을 알린다.

앨리오의 마음을 알아챈 부모님들은 독일어 동화책을 읽어주며 앨리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돌아가야 하는 올리버와의 마지막 여행도 보내준다.

마지막 여행을 마치고 올리버를 보낸 앨리오는 열병을 앓았던 소년에서 아기가 된다. 처음 느끼는 사랑과 이별에 힘들어하는 앨리오는 혼자 남겨진 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울며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앨리오를 바라보던 아빠는 "서로를 발견한 건 행운"이라면서 우리는 상처를 너무 빨리 치유하고 극복하려다가 자신을 망쳐. 인생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런 낭비가 어딨겠니. 슬픔과 아픔을 빨리 없애려고 하지 말거라"라고 진심이 담긴 조언을 건넨다. 이 조언은 앨리오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것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단순한 동성애 영화가 아닌, 성장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엔딩장면이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겠다. 올리버에게 결혼한단 전화를 받은 앨리오는 화려하게 타들어가는 장작 앞에서 불꽃을 바라본다. 엔딩크레딧이 올라 갈 때까지 4분 동안 카메라는 앨리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4분 동안 보여준 섬세한 눈빛의 변화는 앨리오가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했음을 설명한다. 오로지 눈빛만으로 시선을 붙드는 힘을 가진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발견이 즐겁게 느껴진다.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도 훌륭하지만, 배경이 된 이탈리아의 시골 정취, OST가 힘을 더했다. 조금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불러줘, 너의 이름으로" 서로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되길 원했던 앨리오와 올리버의 사랑. 여름같이 뜨거운 사랑부터 겨울같이 차가운 이별까지.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신들이 가득하다. 루카 감독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속편 진행 의사도 밝히기도 했다.

소년에서 청년이 된 앨리오와 청년에서 중년이 된 올리버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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