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인사이드]김규식의 'QUCHIC’....할리우드 영화 속 의상들이 보인다.

2017-03-27 19:02

[투비스 구미라 기자]전통적으로 미스터리와 불멸을 표방하는 블랙이 패션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색이란 것은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더 날씬하게’ 또 ‘더 시크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블랙은 힘(Power), 고상함(Elegance), 겸손(Humility)과 신복(Submission)과 같은 상반되는 개념을 동시에 표방하기도 한다.

또한 블랙은 ‘단색의 한정성’을 넘어설 때 규정지을 수 없는 '무한한 힘'을 가지는 '자기 모순성'이 가장 매력적인 색이지만 그 '자기 모순성' 때문에 패션 디자이너들은 다크웨어 디자인과 제작을 가장 어려워하고 까다롭게 느끼기도 한다.

디자인과 제작의 까다로움 때문에 블랙을 잘 다루는 디자이너들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 가운데 가장 친근하면서도 가장 상대하기 힘든 블랙을 능수능란하게 잘 다루는 몇 안 되는 외국 디자이너들이 프랑스의 코코 샤넬, 일본의 요지 야마모토 그리고 벨기에의 앤 드뮐미스터로 대표 된다면 한국에는 디자이너 김규식이 있다.

블랙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국내 다크웨어 마니아층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김규식은 다크웨어 디자인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국내 트랜드를 선도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패션이라는 외길을 우직하게 걸으며 쌓아온 내공의 힘이 남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규식. 그 내공의 힘으로 빚어진 김규식의 디크웨어 콜렉션들은 최고의 할리우드 영화들 속에 녹아있는 블랙 의상들을 연상케 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머릿속으로 시네마스코프를 돌리게 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 사진=영화 '길다' 캡처


‘사랑의 여신’이라 불리며 1940년대를 주름 잡았던 할리우드 섹시 스타 리타 헤이워드. 우리에게는 '쇼생크 탈출'의 화보녀로 잘 알려져 있는 그녀의 최고 인생작 ‘길다’(1946)에서 장 루이가 디자인한 블랙 드레스를 입고 리타 그녀가 "Put the Blame on Mame"를 부르는 장면은 영국 신문 ‘The Independent’가 뽑은 '영화 속 패션 명장면 베스트 10’으로 꼽히는 장면으로 그 장면을 보다 보면 김규식의 다크웨어 컬렉션이 자연적으로 연상된다. 과함과 적절함의 경계선을 걷는 듯 한 김규식의 감각적인 마름질과 직선을 기반으로 재창조한 굴곡의 실루엣이 리타 헤이워드의 블랙 드레스에서 보이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영화 '파리의 여인' '티파니에서 아침을' 캡처


또한 ‘파리의 여인’(1957)에서 에디스 헤드가 제작해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블랙 의상들이나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에서 에디스 헤드와 위베르 드 지방시가 제작한 블랙 의상들을 보면 김규식이 표방하는 궁극적인 평이함(Ultimate Simplicity)과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동질적으로 느껴진다. 과한 향신료의 향연 보다는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는 디자인에 대한 김규식의 원칙적인 접근이 오버랩 되며 그의 아방가르드한 오띄꾸띄르에서 키치한 쁘레따뽀르떼의 향기를 맡을수 있다.

▲ 사진=영화 '가위손' '매트릭스' 캡처


특히 ‘가위손’(1990)과 ‘매트릭스’(1999)를 보면 마치 김규식 컬렉션 쇼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가위손’(1990)에서 에드워드 시저핸즈역의 조니 뎁이 입고 있는 콜린 앳우드의 블랙 가죽 의상이나 ‘매트릭스’(1999)에서 네오역의 키아누 리브스를 중심으로 다른 출연진들이 입고 있는 킴 바렛의 블랙 전신슈트 의상들로부터 도발적인 시도를 문양이나 패턴에 미묘하게 녹이는 김규식의 장인적인 예민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패턴의 절제된 화려함과 편집적인 디테일로 극적인 단조로움을 창출해 내 새로운 스타일로 다크웨어 디자인 선봉자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김규식은 이번 DDP에서 열리는 ‘2017 F/W 헤라 서울 패션위크’에서 공개 될 자신의 ‘QUCHIC’를 통해 다시 한 번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시즌 ‘QUCHIC’이 보여줄 컬렉션의 콘셉트는 ‘LIKE AS MASTER CHEF’로 마치 ‘마스터 셰프’가 된 것과 같은 마음으로 옷을 재료로 ‘분자요리’를 진행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작업을 통해 김규식 디자이너가 종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느낌들을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가 패피족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이번 쇼를 준비하며 김규식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크웨어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해체하고 다시 조립했다. 디자인 구상부터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의 연속이었으며 'QUCHIC’만의 고유한 향과 고집스러운 손맛을 내고자 노력한 것이다.”며 이어 “지난 시즌과는 다른 점은 독특한 ‘QUCHIC’의 문양 프린트를 과감히 다크웨어 안에 집어넣었다. 문양을 최대한 각인시키기 위해 로고 개발에 특별히 주력했다”고 해 패션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사진='QUCHIC'


한편, 3월 28일부터 4월1일 까지 ‘2017 F/W 헤라 서울 패션위크’의 19개의 오프 스테이지쇼의 일환으로 열리는 김규식의 ‘QUCHIC’이 오는 4월1일 오후 7시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영화 ‘아담스 패밀리’(1991)에서 블랙 다크웨어만 입는 어린 소녀 웬즈데이 아담스의 대사가 귓가를 맴돌며 김규식의 ‘QUCHIC’쇼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블랙 입는 것을 멈출거야, 사람들이 블랙보다 더 어두운 색을 발명하면......”
-웬즈데이 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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