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인사이드]비닐소재 가방이 뜬다.

2020-10-22 15:27 입다

[투비스 윤나리 기자]예전에는 장바구니 패션이 한동안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 가방을 본 어른들은 장바구니 가방을 이렇게 비싼 가격에 사냐고 놀리곤 했었다.

이번 SS 가방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PVC소재 일명 비닐백이다. 이번에 PVC소재의 비닐백을 본 어르신들은 아마도 포복절도 할꺼라는 생각이다.

과거 핸드백만 들고 다니다가 부피감있는 가방이 필요해서 쇼핑하고 난 후 비닐백에 물건을 집어 넣고 다녔던 기억을 죄다 소환해도 PVC백은 전례없는 트렌드다.

혹 서류가방이나 백팩 등 정형화된 백에 익숙한 남성들은 이 비닐백에 출연해 의아함을 넘어 경악의 경지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명품 비치백이 인기를 끄는 건 실용성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씩 하는 고가의 가죽가방보다 유행에 걸맞은 실용적인 100만원 미만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또 “국산 가죽가방을 50만원 주고 사느니 명품 비치백을 60만원에 사는 게 낫다”는 명품선호족들의 심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사진=셀린느


이전에 셀린느가 선보인 투명한 비치백은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로 만든 비닐 핸드백이다. 겉에는 셀린느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엔 “어린이들의 질식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가방을 멀리 떨어뜨려 놓아라”는 글귀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어 등 4개 언어로 쓰여 있다.

이 가방은 판매용이 아닌 가죽 파우치와 지갑을 구입하면 담아주는 쇼핑백 개념의 한정품이다.

언뜻보면 쓰레기 봉투에 담겨 있는 파우치로 보이기도 한다.


# PVC소재 가방 뿐 아니라 모자, 신발, 의류에서도 각광



PVC소재는 사실 가방뿐 아니라 모자, 신발, 트렌치 코트 등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돼 각광받고 있다. 이렇게 파격적인 PVC 백들은 비오는 날에도 세탁 걱정 없고 어느 옷에나 다 잘 어울린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가방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기때문에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도록 내부 소품에도 신경을 써줘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 PVC소재로 가방을 만든 브랜드들
# 라프 시몬스 X Voo



셀린느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라프 시몬스 X Voo의 콜라보 PVC백이 있다. 가벼워 보이지만 소재의 특성상 견고하고 100% 방수가 된다.


# 마린 세레

▲ 사진=마린 세레


LVMH 프라이스 1등수상, 마린 세레도 PVC 소재를 이용한 가방을 선보였다. 셀린느와 라프 시몬스와 달리 둥근 실루엣을 가진 마린 세레의 PVC백은 디자인 측면에서 희소성이 있다.


# 꼼데가르송

▲ 사진=꼼데가르송


PVC백의 원조는 일본의 꼼데가르송이다. 누런 종이 봉투 위에 PVC를 입힌 꼼데가르송 PVC백은 매년 출시될 때마다 품절 사태를 빚었다. 사용할수록 PVC 안쪽의 종이가 자연스럽게 구겨지면서 모양이 잡히기 때문에 예쁘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가방 내부는 오염이 덜 되는 소재를 쓰는 등 실용성에 중점을 뒀다. 과연 아방가르드 패션 브랜드인 꼼데가르송 답다.

꼼데가르송 페이퍼백은 PVC소재안에 페이퍼의 질감이 비쳐 캐주얼한 매력을 보다 잘 살리는 아이템, 출시 직후 매번 매진 성공을 거둬 리셀 판매도 많이 되는 아이템 중 하나다.


# PVC소재 비닐 백 유행이유는?

노자 장자 시대에 아이들도 버릇이 없었고, 요즘 애들도 버릇이 없다. 크리에이티브, 창의력의 산물인 패션은 예나 지금이나 참신함을 고집한 것일지 모르겠다.

▲ 사진=톱숍


참신함의 표현으로 선택된 비닐소재. 과거 가수 박진영은 한 방송에서 비닐 바지를 입은 이유를 “반발심 때문”이라 설명했듯 비닐은 소재 자체만으로 신선하고 파격적이니까.

샤넬의 수석디자이너인 카를 라거펠트는 PVC를 선택한 데 대해 “플라스틱은 40년 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매우 아름다운 소재”라며 “오래되고 뻔한 프랑스산 옷감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 패스트 패션 업체 톱숍은 지난해 비닐 바지를 100달러(약 11만원)에 선보이며 틀을 깨부숴야 진정한 패션 피플이 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과연 틀을 깬 것인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명품 브랜드들의 과열 행진으로 차마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임금님에게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크리에이티브의 승리인지, 명품 브랜드 로고에 아까운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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