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나의 맨 IN 무비 ]'인랑' 이렇게까지 푸대접 받을 일?

2018-08-01 17:18 만지다



[투비스 류이나 기자]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이 초토화 됐다. 관객들과 평단에게 호되게 비난 받고 있다. '인랑'이 그렇게 욕 먹어야 할 망작일까. 필자의 판단은 '글쎄'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인랑'은 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누적관객 수 86만 3139명이다.

텐트폴 영화로서 시작을 알리는 시기에 개봉한 만큼 첫주에 100만 관객을 확보하고 가야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 등 대작을 견제할 수 있지만 지금의 성적으로 '인랑'은 내일의 생존조차 버겁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까지 스타성을 가진 배우들이 포진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일부 관객은 '인랑'의 작품성을 훼손하는 발언까지 내뱉어내고 있다. 무엇이 '인랑'의 발목을 잡았을까.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 동명의 원작, 1999년 판 애니메이션 ‘인랑’을 실사화한 작품.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담았다.

김지운 감독의 가지고 있는 감각적인 연출 능력은 '인랑'에서도 어김없이 탁월했다. 남산 타워에서 첫만남을 갖는 임준경과 이윤희, 빨간 망토 소녀 이야기가 소개되는 신, 남산타워에서 벌어지는 액션, 그리고 인랑을 실사화로 그려낸 이미지까지, 실사화지만 마치 SF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연출로 신마다의 김지운 감독표 미쟝센을 펼쳐냈다.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괴물이 되지 않고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란 물음에 대한 답도 임준경을 통해 충실히 던졌고 답도 보여줬다.

관객이 불만을 갖는 지점은 강동원-한효주의 멜로다. 스토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준경을 통해 인간의 성장과 고뇌를 보여주려 했던 김지운 감독은 연인과 스승(정우성)에게 받는 영향을 보여준 것이다. 남산타워에서 공안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이윤희와 창밖으로 떨어지는 임준경의 모습은, 인랑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감정으로 나아가는 메타포다. 이윤희의 생존을 걸고 장진태(정우성)과 싸우는 신은 더 이상 인랑으로 살지 않겠다고 자기 자신과 싸워내는 임준경의 심경을 대변한다.

그저 보이는 것만 보고 '인랑'을 판단하기에는 김지운 감독이 차려놓은 것들이 너무 많다. 영화가 자신의 생각하는 방향대로 가진 않는다고 '나쁜 영화'라고 비난 하는 것은 옳지 못한 마음가짐이다. 멜로로 보이는 것 이면에 인랑에서 인간으로 옮겨가는 자각과정을 염두한다면 '인랑'을 조금 더 심도있게 관람할 수 있다.

tubth@tubth.com '무단 전재 배포 금지'

Hot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