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아티스트] 교육의 중심에 서고 싶은 남자, ‘우리동네 머리 손질가게’ ‘안재혁’ 원장

2019-01-21 11:57 말하다



[투비스 김혜경 기자] 미용실은 많고 그 이름도 다양하다. 튀려고 독특한 이름을 지은 미용실이 있는가 하면 외래어로 멋진 간판을 자랑하는 미용실도 있다. 짧고 강렬한 이름은 한눈에 쏙들어온다. 그러나 짧지도 않고 외국말을 섞어 쓴 것도 아닌데 눈에 띄는 미용실이 있다. 길기도 하지만, 우리말을 아름답게 풀어서 사용한 것이 더 눈에 들어와 마음도 포근해지는 미용실이다. 경기도 성남시 복정구에 위치한 ‘우리동네 머리 손질가게’ 미용실이 그렇다.

“오래가는 미용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는 것보다는 언제 들어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친근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동네 머리 손질가게’ 주인 안재혁 원장은 백 년 전에 미용실이 있었다면 어떤 이름이었을까를 생각하며 백년 그 이상을 가고 싶은 마음과 오래도록 그 가치를 향유하고픈 마음으로 의미를 더한 미용실 이름을 만들었다고 했다.

미용실과 오래도록 함께 가고픈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인 만큼 그는 오래도록 고객과 함께 가고픈 마음으로 늘 같은 크기로 그 자리에 서있다.



지난 2013년 미용실을 오픈하고 지금까지 쉬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재주가 많은 만큼 이력도 다양하다. 재미있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과 소질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테니스는 중학시절까지 이어졌지만 끝내 소질이 없음을 알고 공고 전기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역시 공부에도 소질이 없었음을 알고 관악부에 들어가 악기를 다뤘다. 처음엔 재미로 했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능 있는 사람 절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음대를 포기하고 방황 끝에 만난 것이 미용이었다. 이미 미용을 하고 있었던 이모들의 조언은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국 그에게 차선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된 셈이었다. 처음엔 포기하는 마음 반 막연함 반으로 미용을 선택했으나 지금의 그에겐 최고의 선택이 된 것이다.

그가 서울에 둥지를 틀기까지는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 역할이 컸다. 거제도에서 미용을 시작했지만 부산이 고향인 여자친구를 따라 부산으로 가서 미용을 했고, 서울까지 함께 오게 된 것이다.

군대에서도 군악대와 테니스 심판 그리고 간부 이발소까지 넘나들며 짬없는 시간을 보냈던 그는 여자친구가 서울에 취직을 하게 되면서 군 제대 후 서울로 입성했다.

트렌드 살롱부터 프랜차이즈 살롱까지 거스르며 헤어디자이너로 자리를 잡은 그가 미용강사의 길로 들어선 것은 일하던 미용실이 힘들어지고 교육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니 직원들에게 미용 교육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일하는 동료와 후배들에게 동기부여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 동기부여가 교육이라 생각하고 비전과 희망을 교육에서 찾게 된 것입니다.”

존앤섹션아카데미에서 강사생활을 3년 정도 하고 나니 이젠 자신만의 미용실을 가지고 싶었다. 2013년 그는 미용실과 교육장이 함께 있는 ‘우리동네 머리손질가게’ 미용실과 ‘기본미용학원’이라는 교육센터를 오픈했다.


“기본미용학원의 메인강의는 보정커트입니다.”

그는 모든 커트의 기본은 두상의 생김새라고 정의한다. 강사로 있던 시절 존앤섹션 커트공부를 하다 두상 콤플렉스를 연구하고 분류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고객은 사진의 이미지가 되고 싶어 하는데 똑 같은 커트라도 매번 다른 커트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파악한 것이 보정커트다.

“보정커트란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에 도달하기 위해서 골격과 모류, 얼굴형 등의 컴플렉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디자인 하는 커트다. 보정커트라는 단어를 쓴지는 1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계획이다. ”

지난해 말부터 보정커트 세미나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적극적인 교육에 나서고 있다. 그가 말하는 보정커트는 복잡하지 않다. 두상과 얼굴형을 10개 정도로 구분하고 섹션과 각도에 따라 커트하는 방식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고객은 사진속의 이미지가 되고 싶어 하고 헤어디자이너는 그에 맞는 커트 디자인을 하지만 매번 똑같은 이미지가 나오기가 쉬운건 아니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계산 이었다. 매번 다른 디자인이 나오는건 기술의 문제도 아니었다. 두상의 생김새에 따라 그리고 각도에 따라 커트 방법에 따라서 발생되는 문제였다. 그 문제를 꼼꼼히 짚은 커트가 바로 보정커트다.

그는 커트 공부를 하면서 스페인의 건축디자이너 가우디의 곡선의 미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가우디의 곡선 사랑이 끔찍할 정도로 인체와 잘 들어맞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이라고 했던 가우디의 그 곡선을 인간의 두상에 맞춰 보니 딱 맞았습니다. 사실 미용공부를 많이 했지만 그동안 선배들에게도 곡선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쉽게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풀었습니다. 수학적 개념도 들어가지만, 두상에 따라 각도를 변형하는 방법으로 쉽게 보정하는 것입니다. 두상과 얼굴형을 10여개로 구분해서 간단하게 풀어냈습니다. 누구나 교육을 받고 나면 손쉽게 두상의 모양에 맞춰 똑 같은 커트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지난 6년 동안 자체 교육을 실시해왔다. 그동안 교육으로 많은 이들을 가르쳤지만 아무 의미없이 가볍게 떠나는 후배들을 보며 실망도 많이 했지만, 깨달음도 많았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변수가 많다는 걸 실감했다. 주변에서는 가르치면 떠나니까 교육이 소용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재능기부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심지어 아내마저도 그런 그를 보고 미용이 재능기부교육 사업이냐고까지 했지만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외부적으로 복잡한 이 시점에 특히 미용계에서는 절망적인 단어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미용은 기술입니다. ”

사람 키우는 작업을 멈출 수 없었다. 사람을 키워내는 즐거움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고 주변에서의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지만 그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과 마음이 아까워서 사람 키우는 작업을 멈춘다면 미용자체를 접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여러 어려움들은 미용을 하는 사람으로 짊어지고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투자하고 사람을 키워내는 작업에 게으르면 안된다. 교육은 멈추어서는 안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교육을 등져도 또 누군가는 교육을 꾸준히 해서 후배들을 키워내야 새로운 인재들이 만들어진다. 나는 그 역할을 하고 싶다. ”

물론 그의 불같은 열정도 어느 순간 느슨해 진적이 있다. 느슨해 진 순간이 그에겐 다시 자극이었고 다시 끈을 조여맸다.

매장원칙은 헤어디자이너가 되어도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되어서 하는 공부가 비로소 진짜 공부의 시작이고 트레이닝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교육과 미용실을 병행하면서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그러나 꼼꼼하고 탄탄한 실력을 가진 후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플랜을 가지고 있다.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지만,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친구들의 성장속도에 따라 회사의 성장 속도도 맞춰나갈 것입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질적 성장이 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입니다. 빠른 성장보다는 천천히, 매장을 운영할 것입니다. 그것이 직원들에게 비전이 되는 모습으로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

그는 고객관리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말한다. 성격 자체가 세심하거나 다정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객들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교육에 집중하면서 고객과의 거리를 좁혀 가는 방법으로 조화롭게 관리를 해 나갈 것입니다. ”

나만의 세련된 공부를 원하는 그가 선택한 그만의 공부법은 첫째도 성실, 둘째도 성실이다.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든 인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성이 최대 과제인건 말보다는 본보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보정커트는 초기라서 스케줄 짜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미용이 과도기다. 어지러운 시기라서 이 시기에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후배를 가르치는 것 외엔 없다. 잘하는 것,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꾸준히 해 나가는게 중요할 것 같다.”


욕심을 챙기는게 아니라 합당하게 나눠주고 함께 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그는 그러나 모든건 논리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이제 미용계에서 사제관계가 끝났다고 하는데 그럴 때 일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서만이 관계가 달라진다고 봅니다. 교육은 끝이 없는 일이므로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하는 작업입니다. 미용인들이 좌절하는 모습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누군가는 해나가야 하는 일이며 그 중심에 나도 서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동안 자신의 존재에 관해 많은 생각을 정립해왔다는 그는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오다,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환경과 영향력을 생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지금도 어쩌면 실패 중인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실패들이 모여 인생이 만들어지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예전엔 내가 대단한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겸손을 모르고 살던 때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겸손해지고 싶습니다. 우월해지는 게 아니라 겸손해지고 그 자세를 끝까지 이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겸손으로의 포장이 아니라 겸손이라는 자세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세 아이 아빠로써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 겸손함을 끝까지 유지하고픈 마음의 간절함이었다.

문득 그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보정커트는 초기라서 스케줄 짜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미용이 과도기라고 생각됩니다. 어지러운 시기라서 이 시기에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후배를 가르치는 것 외엔 없습니다. 잘하는 것,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욕심을 챙기는게 아니라 합당하게 나눠주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제관계가 끝났다고 하는데 그럴 때 일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서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교육은 끝이 없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군가는 쉬지 말고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 중심에 제가 서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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