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나의 맨 IN 무비 ]여름 장마의 낭만 '언어의 정원'(스포주의)

2018-07-11 18:20 만지다



[투비스 류이나 기자]'너의 이름은'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은 여름 장마철 낭만을 피어오르게 할 애니메이션이다. 습하고 서늘한 장마에 밖에 나가기 꺼려진다면 집에서 '언어의 정원' 한 편을 보는 건 어떨까.

'언어의 정원'은 18살과 28살의 남녀가 상처를 입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하루를 딛고 함께 성장하는 영화다.

구두디자이너가 꿈인 다카오는 비오는 날이면 오전 수업을 빼먹고 도심의 정원으로 구두 스케치를 하러 간다. 어느 날 정원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유키노라는 여인과 만나게 된다. 28살의 유키노와 18살의 다카오는 약속하지 않아도 비가 오는 날이면 정원에서 함께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다카오는 어딘지 슬퍼보이는 유키노를 위해 여자 구두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구두가 다 완성되기도 전에 장마는 끝이 났고 두 사람은 더 이상 정원에 갈 구실을 잃게 된다. 다카오는 학교와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평소처럼 지낸다. 유키노가 선물해준 구두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구두 디자인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카오와 유키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재회한다. 바로 학교. 유키노는 다카오의 학교 문학 선생님이었다. 유키노는 교복을 자신의 학교 학생임을 알고 여러가지 힌트를 준다. 하지만 학년이 다르고 문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다카오는 유키노가 선생님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유키노는 3학년 남학생에게 고백을 받았다는 이유로, '제자를 꼬셨다'는 여학생들이 퍼뜨린 염문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 그로인해 유키노는 절망에 빠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잃고 정원으로 향했었다. 다카오는 자신의 마음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급기야 소문을 퍼뜨린 주인공들을 찾아가고 집단 구타를 당한다.

다카오와 유키노는 그 날, 마음에 이끌려 정원으로 향했고 학교가 아닌 정원에서 만났다. 다카오는 유키노에게 처음부터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꿈을 비웃었던 거냐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고, 유키노는 다가오는 다카오의 마음을 외면하려 했지만 자신의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다카오의 마음을 깨닫고 그를 잡는다.

이 영화가 해피엔딩은 아니다. 다카오는 평소대로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틈틈히 구두디자인도 하며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다카오는 그날 이후로 유키노의 소식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옷이 한겹씩 두꺼워질 때면 한 여름의 꿈처럼 다가왔던 유키노를 떠올린다.



여선생과 남학생의 미묘한 감정으로 인해 거부감이 들 수 있겠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극사실주의 묘사는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공원에 비 내리는 모습, 웅덩이에 비친 도시, 비 내리는 도시는 실제 내가 그곳에 있는 곳 같은 착각을 부른다. 영상만 봐도 비냄새가 풍겨온다. . 계절이 바뀌며 비가 아닌, 눈이 내리는 정원에는 핑크색의 구두가 놓여있다. 첫사랑 열병을 앓은 다카오가 유키노를 기다리는 마음 같아 눈 속의 구두가 유독 시리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났을까. '언어의 정원', 더 이상 비가 마냥 싫지만은 않은 핑계를 가져다준다. 러닝타임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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