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사이드]‘쿡방’ 트렌드, 열광 이유는?

2018-08-04 11:06 즐기다



[투비스 김그내 기자]남자 연예인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요리하며 수다를 떤다?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요리는 이제 남자를 더욱 남자답고 멋있게 만드는 필수 조건이 됐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한 카리스마하던 남자는 주방과 텃밭을 오가며 능숙한 실력으로 한중일식을 척척 만들어내고, “잘자요”라고 다정한 멘트를 날리던 발라드계의 황태자는 재치만점 입담의 ‘동엽신’과 함께 유쾌한 콤비 플레이를 펼치며 ‘간귀’(간을 귀신처럼 잘 맞춘다는 뜻)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조금은 서툴게 보일지라도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그저 밥 차려먹는 프로그램에 시청자가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현재 방송가에서는 요리, 음식이 핫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삼시세끼’, ‘오늘 뭐 먹지?, ‘냉장고를 부탁해’ 등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이 사랑을 받고 있다. 계속해서 속편을 만들고 있다. 맛있고 복스럽게 먹어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던 ‘먹방’의 신 하정우, “촵촵”짜파구리 열풍을 일으킨 윤후의 시대를 지나 이제 함께 이야기를 하며 즐기는 ‘쿡방’이 TV를 완전히 접수했다. 요리에 버라이어티, 토크쇼 등을 접목한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요리를 선보이거나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종전의 프로그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요리 프로그램은 ‘즐겁게’ 진화하고 있다.

고작 밥 한끼 해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프로그램, 대박 행진의 비결은 뭘까. 1인 가구의 증가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들 수 있다. 매일같이 메뉴를 고민해야 하는 나홀로 족의 증가에 따라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 프로그램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 요리 프로그램의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남자들이 수다를 떨며 요리를 하고, 비싼 요리만 할 것 같던 셰프가 나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밥상을 차린다. 즐거움 가득한 수다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레시피는 시청자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쿡방’의 지속적인 인기는 대한민국 남자들을 주방으로 이끄는, 사회적인 트렌드로까지 이어지며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폭식 유발 프로그램 TOP 3

▲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채널을 돌릴 때마다 쏟아지는 요리 프로그램 중에서도 케이블TV 올리브 ‘오늘 뭐 먹지?, tvN ‘삼시세끼’,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다이어트 시 절대 기피해야 하는 폭식 유발 프로그램이다. 신동엽과 성시경이 직접 요리하며 진행하는 ‘오늘 뭐 먹지?’는 익숙한 맛의 음식들이 주로 등장한다는 면에서 더욱 경계해야 할 프로그램이다. 맛을 알기 때문에 더 먹고 싶어지는 등장 메뉴도 메뉴지만, 두 남자의 제대로 된 ‘먹방’은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유혹’과도 같다. 토니안-김재덕의 찹쌀탕수육, 백도빈의 카레나베, 이현우의 바나나 프렌치토스트, 심현보의 명란비빔밥 등 다양한 스타들의 개성만점 레시피가 쿡방의 재미를 높이고 있어 앞으로도 롱런 행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8명의 셰프들이 초대 손님의 냉장고 속 재료만으로 15분간 요리 대결을 펼친다. ‘이게 과연 어울릴까?’ 싶은 각종 소스와 재료들로 탄생한 멋진 요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냉장고를 뒤져 나만의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고픈 ‘요리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 사진=tvN ‘삼시세끼’

‘삼시세끼’는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가장 어렵게 해보는 버라이어티다. 시골 풍광을 배경으로 출연자들이 요리를 해먹고 소박한 일상을 보내며 힐링 예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삼시세끼-어촌편’의 무대는 남해의 아름다운 섬, 전남 득량도. 출연자들은 어촌에서 자급자족 어부 라이프를 보여주며 밥상을 차려내기 위한 악전고투를 벌인다. 텃밭과 바다를 오가며 수확한 신선한 재료들로 만들어내는 백합탕, 된장찌게, 짜장밥, 콩나물국, 감자조림, 수제비 등의 시골밥상은 어느새 입 안 가득 군침을 고이게 한다.


맛있는 프로그램 속 요리하는 남자들

▲ 사진=tvN ‘삼시세끼’

‘삼시세끼-어촌편 3’는 ‘차줌마’ 차승원에 이어 에릭이라는 또 다른 ‘요리 지니어스’를 발견케 했다. 에릭은 윤균상과 함께 이번 ‘삼시세끼’에 새로 합류했다. 그룹 신화의 리더로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단독 버라이어티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매회 발군의 요리 실력을 선보여 ‘에셰프’, ‘요리 천재’라는 애칭을 얻었다. TV 요리 프로그램과 만화책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는 에릭은 감자 수제비, 봉골레 파스타, 잡채밥 등 다양한 음식을 뚝딱 만들어낸다. 요리를 하기 전, 재료를 가지런히 정렬할 땐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위 에릭은 상상할 수 없다. 타고난 수줍음과 요리를 하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에릭의 활약에 힘입어 ‘삼시세끼’는 11.5%의 높은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 사진='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오늘 뭐 먹지?’는 신동엽과 성시경이 특별한 남-남 케미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요리 ‘쌩’초보 신동엽과 요리를 좀 할 줄 안다는 성시경이 요리에 일가견 있다는 이들을 불러 함께 요리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신동엽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 중 ‘새우를 먼저 넣어야 하나?’, ‘밀가루 대신 전분을 넣었나?’, ‘적당히 넣으라는 소리가 대체 어느 정도인 거야?’라며 ‘요리 초짜’다운 고민을 방송 내내 반복한다. 능수능란한 진행 솜씨로 방송가를 장악한 신동엽이지만, ‘오늘 뭐 먹지?’에서만큼은 서툰 요리솜씨로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여기에 함께 MC로 활약하는 성시경과의 환상적인 호흡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매번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챙겨주고, 완성한 요리를 먹을 때는 함께 누구보다 복스럽고 맛있게 ‘먹방’을 연출하는 등 유쾌한 콤비 플레이가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냉장고를 부탁해’는 나홀로족에게 ‘알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예능적 재미까지 더해져 대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MC 김성주와 안정환의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한 환상적인 호흡 아래, 게스트가 자신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직접 스튜디오로 가지고 와 6명의 셰프들이 그 안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대결을 펼친다는 신선한 포맷으로 순항 중이다. 짧은 시간에 어느 집 냉장고에나 흔히 있을법한 재료들이 새로운 메뉴로 탄생되는 과정과 함께 먹다 남긴 치킨·족발이 가득한 중국 자취생 장위안부터 전세계의 산해진미가 가득한 탤런트 소유진까지, 스타들의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다년간의 자취 생활로 단련된 초간단 요리 레시피로 게스트의 입맛은 물론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웹툰 작가 김풍이다. 김풍은 자취요리 연구가답게, 자극적이지만 집에서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를 활용, 독특하지만 그만의 친근한 요리를 선보이며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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