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인] 본질을 추구하는 미용을 하겠다. ‘새벽’ 헤어살롱 ‘김태훈’원장

2020-01-28 13:17 말하다

▲ 사진=새벽 헤어살롱 김태훈원장


[투비스 김혜경 기자] 1인 살롱 원장, 그러나 자신을 원장이라는 직책으로 불리기보다는 이름을 불러달라는 청년. 간판도 없는 4층 계단을 오르다보면 테라스가 자리하고 있는 회색빛 미용실이 나온다. 경대 한 개, 냉장고 한 개 테이블 한 개, 샴푸대 한 개, 그리고 넓은 테라스.

미용실은 주인을 닮아 차분하고 심플하게 자리하고 있다. 미용 외엔 할 줄 아는게 없다고 말하는 김태훈 원장은 새벽의 새로운 느낌과 차분하게 가라앉은 새벽공기가 좋아서 고민없이 미용실 이름을 새벽이라 이름 지었다.

새벽은 많은 생각과 느낌을 준다. 남들보다 일찍 눈뜬 시간은 그에게 무한 상상력과 아름다운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기폭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백프로 예약만으로 운영되기에 간판도 필요 없었다는 그는 17살 고1때부터 미용을 시작했다. 이제 서른의 문턱을 넘었지만 일찍 시작한 미용으로 경력15년차다. 축구모임이 서너개가 될 정도로 축구광이다. 운동을 좋아해서 무릎인대도 나갔지만, 그래도 그에겐 운동만이 제일이다. 축구뿐 아니라 다양한 운동을 좋아한다는 그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미용외에 유일한 취미이자 행복인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의외의 달달한 남자다.

그는 스스로를 미용사라고 정의한다. 마땅히 잘하는 것도 없다고 했다. 겸손한건지 진짜 그런건지 알수 없으나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가 생각하는 미용은 그의 전부임을 알 수 있었다.

24살에 미용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본격 미용을 시작하는데, 그에겐 갈 길이 멀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세미나 따라다니고 아침 저녁으로 연습에 매진했다. 부족하지만 ‘이만하면됐어’라고 생각한 순간 그에게 시련 아닌 시련이 찾아왔다.

▲ 사진=끊임없이 노력해도 부족한게 공부인것 같다는 김태훈원장

#그에게 찾아온 첫 번째 시련
그를 끊임없이 공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건 궁금증이다. 펌이면 펌, 염색이면 염색, 방법부터 원리까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왜?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될 때마다 공부를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달려왔다.

김태훈 원장은 최근 영국에서 온 이기철원장의 세미나를 듣고 다시 한번 미용의 길이 멀고 험함을 깨달았다. 해야 할 것도 가야할 길도 멀기만 하기에 일체의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어느날 문득 헤어스타일을 찍어보고 남들이 sns에 올려놓은 사진과 비교해보니 내가 너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잠시의 좌절을 뒤로하고 그때부터 반복학습을 시작했다. ”

미용카페에 질문을 올리고 공부라인을 찾았다. 뭐든지 왜를 생각하면 궁금해지는게 많아진다는 선배의 조언이 힘이 되었다. 미용에 관련된 책부터 각종 세미나까지, 그는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는 자리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가 홀로서기를 시작한건 5년 전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보편적으로 이론의 부재를 느꼈다. 교육부터 이론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부족함이 느껴졌다. 그러다 마주한 사순의 교육에서 그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미용을 하면서 교육을 맡아서 진행했고, 가르침과 배움이 좋아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

더 많은 것을 연구하고 마주하고 싶었던 그는 혼자 일하는 미용실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지금 자리에 둥지를 틀어 미용실겸 사무실겸 연구실로 활용한다.

간판도 없고 테라스도 없다. 신규고객이 거의 없기 때문에 특별히 간판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한때 신규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sns에 미용상식을 올려봤지만 그또한 여간해서 힘든일 임을 깨닫고 지금은 찾아오는 고객들과 소개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고객이 많다. 소개손님이 20프로를 넘는다. 미용실의 분위기는 너무 심플해서 얼핏 바버샵 느낌이 나지만 남자고객은 거의 없다.”

그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살롱을 거부한다. 샵에 수십 만원씩 주고 클리닉을 받는 것보다 좋은 제품으로 집에서 꾸준히 관리하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들을 거부한다는 그는 본질만을 추구하려 한다. 고객과 금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메뉴판도 단일하게 만들어 놨다. 오직 정해진 가격으로만 시술을 하고 있다. 그의 미용실 메뉴에는 객단가를 높여준다는 두피클리닉도 없다.

다른 미용인이 보면 독특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에겐 고객에게 많은 시술로 객단가를 올리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주고받는 대화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쉬는 날엔 부지런히 다른 미용실을 찾아다닌다. 통상적으로 15일에 한번씩 자르는 그의 머리는 쉬는날 다른 미용인의 손길을 느끼며 그렇게 자란다.

“욕심내고 싶지 않다. 고객을 돈으로만 보는 행위도 싫다. 물론 미용실을 키우기 위해서는 객단가 올리는 작업도 필요하고 신규손님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진정으로 즐기면서 행복한 미용을 하고 싶을 뿐이다.”

미용실에 시술 가격이 일정하게 책정되어 있는 만큼 고객에게 시술을 강요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미용이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일터이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미용 외적인 것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배우는 것을 소홀히 하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다. 미래는 내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배우는 것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좋은 수업을 찾아 듣는다는 그는 일년에 공부에 투자하는 금액을 나름 정해놓고 움직인다.

“36살 정도에 미용실을 키울 생각이다. 그때까지는 무조건 배우고 싶다. 상업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면 미용실은 무너진다. 믿고 따라갈 만한 멘토가 없으면 비전을 줄 수가 없다. 후배들에게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인성적 성장이 필요하다. 강한 샵으로 만들기 위해 조금 더 배우고 천천히 가겠다.”

그는 고객에게 친절하지도 다감하지도 않다. 그가 고객을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라곤 매거진 몇 개와 커피다. 회색빛이 감도는 미용실은 청소하기 편하고 관리가 용이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인테리어가 예쁘면 지저분해 지는게 신경 쓰인다며 그래서 깔금한 이미지를 고수한다. 여타의 장식이 배제된 미용실을 보면 말 안해도 그의 성향이 파악된다.

“작지만 강한 살롱을 꿈꾼다. 허락된다면 3개정도 운영하고 싶다. 미용실을 찾는 고객들은 브랜드보다는 사람을 찾아 움직인다. 스타일은 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살롱을 가든 커트를 정확히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베이직이 탄탄한 디자이너에게 다른 커트는 있어도 틀린 커트는 없다. 많이 여러가지를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확한 좋은 미용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사진=김태훈 원장은 본질만을 추구하는 미용인이되고 싶다고했다.

#고객관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손님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편안하게 해주는 것 외에 하는게 없다. 특별한 관리보다는 정성을 다해 열심히 스타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 미용실을 찾아온 손님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진심으로 납득이 필요할 때만 통화하고 평소엔 문자로 인사한다. 미용실은 머리를 하는 공간이다. 그 외의 서비스는 플러스알파다.”

김원장은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놓고 움직인다. 고객의 스타일을 완성한 후 커트 방법과 스타일 설명까지 친절한 설명을 추가한다.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서로에게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을 정의하자면?
“고객에게 본질적인 것만 추구하는 미용사이고 싶다.”

그는 지금까지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일주일에 6일을 미용실에서 사는 그는 휴일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거나 축구동호회에 나가는게 고작이다.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삶에는 대만족이지만 가끔 인간 김태훈으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하면 스스로도 안타깝다. 미용을 안하면 불안하다고 하는 남자다.

#조금만 더 새로운 한해를
“지난한해는 스스로에게 많이 부족해서 속상했던 시간이었다. 아직까지 부족한 것들을 채워야 할 시간이다. 세상엔 머리를 잘하는 헤어디자이너들이 너무 많다. 스스로에게 부족했고 부족한 부분을 몰라봐서 미안했다.

나름 화려했던 2018년에 비해 지난해는 많이 부족했다. 아마도 스스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었던 것 같다.

2020년은 좀 더 새로운 한해가 될 것이다. 성장이 우선이다. 세상엔 머리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여러 가지가 부족했고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이 모호했다.

올해는 영상편집과 sns를 집중하고 싶다. 당연히 헤어에 관련된 공부는 쉬지 않고 해야 한다. 갈 길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에 올해는 새로운 해가 될 것이다. 긍정의 우월함. 반성과 새로운 생각, 그리고 계획으로 앞 만보고 나가는 한해가 될 것이다. “

그리고 미용사에게 인정받는 미용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엇 때문에 사는가?
“자신이 부족하다 생각할 때는 반복 학습만이 답이다. 어릴 때부터 미용을 시작해서인지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기술은 반복의 산물이다. 끊임없이 쉬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면 된다.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내는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원하는 것이 만족될 때까지 연습한다.

어느 순간 이거야 라고 느껴지는 시간이 올 때까지 계속 움직인다. 고객과 만나 그들에게 인정받을 때의 행복은 그 모든 걸 상쇄시켜준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의 답도 그 안에 있다. “

그는 아무래도 미용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닌가 할 정도로 미용에 푹 빠져 있다. 자신이 하는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정의 힘을 가진 그는 집안에서도 효자다. 할머니의 병원비를 혼자서 감당해내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주로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쪽이라는 그는 가끔 찾아오는 스트레스엔 옷과 신발을 산다. 그에게 옷과 신발은 유일한 즐거움이며 쇼핑하는 시간은 잠시의 탈출이다.

그는 옷을 좋아해서 패션쇼를 많이 보러 다닌다. 패션쇼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의 트렌드도 읽으려 한다. 미니멀한 스트릿룩을 선호한다는 그는 기자에게 바우하우스전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며 꼭 가서 관람하라고도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미용사다. 미용 외엔 할 줄 아는게 별로 없다. 아직은 배우고 있는 미용사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준비가 덜된 미용사다. 나는 화려한 미래를 향해 달리지 않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원하는 형태의 미용사가 되기 위해 더 배워야한다고 생각하며 계속 배울 것이다. 배우는 노력이 중요하다. 배움은 끝이 없어서 좋다.”

그는 언저리 미용보다는 절대기술에 비중을 두는 미용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상인정신이 난무하는 미용보다는 장인정신이 앞서는 미용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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