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F/W SFW] CARUSO 장광효, 그란테 삐아또 Grande Piatto

2019-03-21 14:07 입다

▲ 사진제공=2019FW서울패션위크


[투비스 김혜경 기자] 카루소 장광효는 무채색 일색이던 한국 남성들의 의상에 밝은 컬러와 새로운 디테일, 가각적인 스타일의 완벽한 수트라인을 선보이며 1987년에 론칭, 올해로 32년된 트렌디한 남성들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국민디자이너 남성복 브랜드다.

이번 컬렉션은 요리사의 상징인 앞치마와 접시를 모트로 하여 정형화된 요리사의 이미지를 탈피, 요리하는 남자의 이미지를 아트적으로 재해석했다.

남자는 부엌에 발도 들이지 말라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시대도 변했고, 요리하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제대로 요리를 배우려는 남성들도 늘었고, 요리하는 남자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 장광효는 요리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경쾌하고 위트있게 풀어냈다.

음식을 요리하는 요리사, 옷을 요리하는 디자이너, 주어진 재료는 같지만,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면에서 이 둘은 서로 다르면서 같다.




카루소를 론칭한 지난 32년간 한 시즌도 쉬지 않고 커다란 접시에 음식을 차렸다. 그는 대한민국 패션계가 ‘거대한 접시’와 같았다고 표현한다. 이번에 주제로 내건 ‘그란데 삐아또’는 이탈리아어로 큰 접시라는 뜻이다.

“어렸을 때 내게 대한민국 패션계는 거대한 접시와 같았다. 디자이너의 숙명은 그런 것 같다. 꾸준하게 최선을 다해 음식을 차려 내는 것, 때로는 음식이 맛있을 때도 있었고, 간혹 살짝 금이 간 접시가 나간 적도 있었다. 드시는 분에게 극찬을 받은 적도 있었다. 평가가 무서울 때도 있지만 꿋꿋하게 재료를 다듬고 불을 이겨내며 아름다움을 표현해왔고, 어느덧 예순의 나이를 넘겼다.”

장광효만의 손맛으로 옷을 다듬고 요리해서 근사하게 담아냈다. 그는 패션 셰프가 되어, 런웨이라는 거대한 접시에 ‘그란데 삐아또’란 테마로 컬렉션의 성찬을 펼쳤다. 마치 디자이너 장광효의 모든 디자인 레시피를 담은 풀 코스의 디너를 풀어 놓은 것 같았다.




배우 성훈이 입은 모카 브라운의 클래식 슈트부터 오버사이즈와 슬림 핏을 오고가는 슈트의 애피타이저를 즐긴 후, 스커트와 롱 드레시 셔츠들의 레이어링이 이어졌다.

그 다음 코스는 비대칭 구조로 맥시하게 연출된 코트 시리즈들, 비비드한 컬러들의 캐주얼 룩과 맥시한 트렌치 코트,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가 쏟아져 나왔다.

이 거대한 패션 성찬의 피날레는 에이프런 시리즈로 클라이맥스에 치달았다. 에이프런에 섬세하게 나열된 접시들은 드라마틱한 예술적 완성도를 자랑했다.

예술이란 경지는 모두 한 그릇에서 나온 것이다. 그 그릇 속에 무엇이 담겨 있으며,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가를 선택하는 것은 올곧이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장광효는 스스로 만족한 식탁을 차려낼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레서피를 개발하고 마음껏 접시에 담아 본 후에야 웃으며 앞치마를 벗겠다고 했다.

패션의 마스터 셰프로서, 장광효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컬렉션이었다.

“카루소 장광효 세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란테 삐아또’에 와 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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