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나의 맨 IN 무비 ]어느날 찾아온 '시인의 사랑'

2018-07-18 14:49 만지다



[투비스 류이나 기자] 고독한 시인에게 찾아온 사랑은 어떨까. 사랑은 누구에게든 다가오지만 누구에게나 다르게 찾아온다.

양익준이 주연을 맡은 ‘시인의 사랑’은 인생의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맞닥뜨린 시인, 그의 아내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 드라마로 실제 제주도에 살고 있는 현택훈 시인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극중에서 시인은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그는 팍팍한 현실 세계와 아름다운 시의 세계 사이에서 괴로워하면서도 작품에 지표가 될 슬픔을 찾아 헤맨다. 시에 빠져 가정에 소홀하나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주는 어찌보면 조신한 면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물 흐르듯 살아가던 이들 부부 앞에 연약한 소년의 등장하고 시인의 가슴에는 크나큰 파동이 인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월수입 30만원에 감상적인 시를 쓰며, 팍팍한 현실과 아름다운 시 세계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시인 현택기’ 역할은 배우 양익준이 맡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늘리는 등 외적인 변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심드렁한 표정과 헝클어진 머리칼, 웃자란 수염과 뿔테 안경으로 시인의 복잡다단한 심경을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그의 모습은 그가 선보일 철없고 뚱뚱한 ‘시인’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예술에 빠진 무능하고 철없는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그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시인의 ‘아내’ 역할은 배우 전혜진이 맡았다. 그는 언제나 자신만의 색깔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양익준과 기대를 뛰어넘는 부부 케미를 보여줬다.

해사한 얼굴 뒤에 마음 속 깊이 상처를 안고있는 ‘소년’ 역할을 맡은 정가람 역시 ‘4등’(감독 정지우)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실력파 신인배우로 타고난 눈빛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연기력으로 빈틈이 없는 배우들의 조합은 작품이 지닌 매력을 더욱 배가시켰다.

‘시인의 사랑’은 아름다운 풍광으로 단연 손꼽히는 제주도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시인, 아내, 소년 등 세 주인공이 느끼는 섬세한 감정의 파고를 제주도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담아내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크린을 수놓은 아름다운 제주도의 모습들은 도시 생활에 지친 관객들에게 시원하고 기분 좋은 영상미를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시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의 모티프가 된 현택훈 시인의 시들은 물론 김소연, 기형도 그리고 김양희 감독의 자작시들이 분위기를 물씬 살리며 등장해 관객들의 문학적 감성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계절을 따뜻함으로 물들일 감성적인 전개, 관객들에게 휴머니즘은 물론 간간히 터져나오는 유머코드로 웃음 또한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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