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인사이드]남자의 가을 감성...김광석·부활·장범준 아로새기다

2018-08-29 13:00 즐기다

▲ 사진=픽사베이

[투비스 소준환 기자]“그대 떠나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故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한 구절이다. 남자들은 가을이 되면 감성에 젖는다. 특히 지나간 옛사랑, 삶의 추억, 그리고 회한으로 인해 낮을 헤매거나 밤을 지새운다.

친구·가족·연인과의 술자리에서 이 계절이 되면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가수 김광석부터 쌀쌀해진 바람 따라 들으면 좋을 부활의 명곡 리스트, 새롭게 조명 받아야할 장범준의 가을 감성까지 속속 짚어봤다.

▲ 그날들



김광석의 ‘그날들’(작사·곡 김창기)을 이 계절에 들으면 한층 더 심금을 울린다. 이 노래는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라고 시작한다. 김광석의 구슬픈 목소리와 함께 읊조리듯 울려 퍼지는 가사는 체념과 후회를 오가는 느낌을 주며 가슴에 꽂힌다.

‘그날들’이 가을에 제격인 이유는 김창기 작사·곡 특유의 애절한 감성 때문이다. ‘동물원’ 출신인 그는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례적인 행보가 있다. 김창기의 곡에는 슬픔을 절제하는 듯 깊은 포효가 있다.

이는 진심으로 사랑을 해봤고 이별을 겪었다면 가지게 될 남자의 감정이다. 소주 몇 병에 취해 쌀쌀한 바람 속을 걷다가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골목길을 걷는 한 남성의 모습. 회한에 차며 옛사랑을 떠올리는 어떤 이의 마음에 담긴 그리움. 김광석의 ‘그날들’은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이라는 노랫말처럼 슬픈지만 아름답고 아름답지만 슬프다. 가을에 펴서 지는 낙엽 같다.

▲ 비밀

▲ 사진=Collaboration Project +1 앨범 커버


“빈 의자와 마주 앉아서 가끔 나 혼자서 말을 하고”...부활의 ‘비밀’(작사·곡 김태원) 첫 마디다. 부활의 리더이자 유명 작곡가인 김태원은 줄곧 일상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음악을 만드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 바로 부활 음악의 저력이다.

여기에 “비밀처럼 계절이 흘러...상처들이 아물어 가면 설레이던 너는 설레이던 너는 한편의 시가 되고”같은 문학적인 가사는 서정적인 감성을 배가시키면서 노래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비밀’은 후렴구로 가기 전의 통로가 매우 매력적인 곡이다.

이어 감정선이 절정으로 뻗치는 ‘싸비’에선 “너무나 그리워져서 너무 그리워서 너의 이름을 홀로 부르곤 해...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넌 내 안에 늘 있나 봐 있나 봐”라는 노랫말로 화룡정점을 이룬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부활의 노래는 그리움이다. 그리고 남자의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다.

▲ 잘할 걸

▲ 사진=버스커버스커 2집 커버


‘벚꽃엔딩’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는 장범준 그리고 버스커버스커. 그래서 이들 노래는 봄에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가을 감성에 적격인 곡도 있다. 가을 앨범 버스커버스커2집에 수록된 ‘잘할 걸’이 바로 그 것.

장범준 특유의 펑키함과 쓸쓸함이 아우러진 통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20·30대 남성의 감성이 무엇인지를 집약하는 노래로 볼 수 있다.

이 곡의 시작은 이렇다.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찾아 오면은 난 다시 그대 생각에”...자칫 흔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장범준은 익숙한 두 가지의 심상을 탁월하게 합치해 애틋한 감정을 끌어올렸다.

‘다시 그대 생각’을 하는 시간이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이라는 표현은 삶의 조각을 아우르면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연애를 해본 남자라면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찾아 올 때 ‘다시 그대 생각에’ 빠져봤을 터다.

특히 ‘잘할 걸’은 ‘여수 밤바다’ ‘처음엔 사랑이란게’ ‘정말로 사랑한다면’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만든 장범준의 첫 자자곡으로 알려진 바 더욱 의미가 있다. 풋풋하면서도 가슴 시린 사랑의 흔적을 체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한 가을. 음악만큼 좋은 취미도 없을 계절이다. 이런 날씨가 되면 남성들은 노래를 통해 추억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사랑을 기억한다. 지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것을 나무라지 말자. 남성들에게 낭만이 있기 때문이다.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기억, 경험을 토대로 김광석·부활·장범준의 노래와 함께 사랑을 아로새기기 걸맞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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