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사이드]1인출판사가 궁금해? 마호 심지연 대표가 답했다

2018-07-15 12:30 즐기다

▲ 사진=마호 출판사 제공


[투비스 이정현 기자]최근 출판업계에 작은 바람이 불고 있다. 1인 출판사는 책 주제 선정, 작가와의 계약, 디자인, 편집, 마케팅 등 하나의 책이 나오기 전 까지 한 사람이 맡는 것을 의미한다. 꼭 한 명이 아니더라도 같은 주제를 가지고 소규모 그룹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1인 출판사가 붐이라는 것은 SNS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1인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서점들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또 다른 아지트로 떠오르고 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작가의 이야기를 조금 더 촘촘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2030 사이에서 인기있는 이유다.

마호 출판사 심지연 대표에게 왜 1인 출판사가 각광받고 있는지, 앞으로의 동향을 조금 더 자세히 들어봤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015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인(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0명 기준) 연평균 독서율이 2013년보다 6.1%포인트 하락한 65.3%로 집계됐다. 1994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을 기록해 2013년에 비해 0.1권 줄었다. 하지만 1권 이상 책을 읽은 성인 기준으로는 연평균 독서량이 14권으로 2013년 12.9권보다 늘었다.

▲ 사진=마호 출판사 제공


▲ 사진=마호 출판사 제공


매스컴에서는 책을 읽는 성인이 줄었다고 말하지만, 책을 보지 않는 사람이 많을 뿐,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은 꾸준히 소비하고 있었다. 심지연 대표는 이같은 시장상황을 읽고 조금 더 독자의 개인 취향에 다가가고, 대단한 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1인 출판사를 꾸리게 됐다.

"출판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건 몇 년 전부터 크게 느끼고 있었어요. 처음 출판사를 시작했을 때보다 확실히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었고, 책을 사는 방식, 홍보하는 채널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죠. 책이 안 팔리는 시대라서 위기이긴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고 책에 대해 다양한 요구들을 갖고 있어요. 예전에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 중심으로 책이 팔렸다면 요즘은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추천하는 책, 큐레이팅 된 동네 서점에 놓인 책들에 관심을 갖고 실제 구매도 해요. 몇 년 전부터 서울과 지방에 개성 있는 동네 서점들이 생기고 있는데 그런 서점들은 취향이 뚜렷한 책을 선택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인출판사의 개성이 담긴 책들이 환영받아요."

1인 출판사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또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시장에서 계속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심 대표는 시장성을 이유로 기존 출판사들이 접근하지 못한 분야를 1인 출판사는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과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주제의 출판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며 앞으로의 동향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양성이 확대되고 사회적 인식도 변하면서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소수를 위한 책을 만들기엔 1인출판사가 효율적인 시스템 같아요. 기존 출판사들은 시장성 등의 이유로 접근하지 못했던 분야도 1인출판사는 시도해 볼 수 있고 취향을 존중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섬세한 책도 1인출판사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거든요. 앞으로 문화적 다양성은 보편화 될 거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라 생각해요."

"독립출판은 상업출판에서 다루지 못했던 내용들과 형식을 개성 있고 자유롭게 표현해 만들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자기표현 욕구라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돼 있어요. 기성 출판사가 주도했던 책 제작 방식이나 유통 시스템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획과 편집, 제작을 하면서 책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개성과 다양성을 표현해 놓은 것이죠. 그래서 독립출판서점에 가면 일반 서점에서는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서적들과 잡지, 사진집 등을 만날 수 있고요. 판매자와 제작자가 공통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산업이 그렇게 많진 않잖아요. 규모로 보면 영세하지만 가치로 보았을 때는 큰 의미가 있고, 조금씩 하나의 문화 영역을 형성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이쯤 읽다 보면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조언의 말을 공개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가치관을 녹여낸 책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값진 경험이다.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 한 일이다.

'1인 출판사라서' 단지 혼자서 하는 출판사라기 보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혹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사람이 시작하는 출판사라는 것을 한 번 되새긴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로움이 1인출판사마다 독특한 결을 만들어주고 그 결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고정 독자가 돼 만드는 사람과 읽어주는 사람 사이의 묘한 공감대도 만들게 됩니다. 창업 절차나 거래처 계약 같은 건 처음엔 잘 모르고 어려워 보여도 인터넷에서 정보들을 찾아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생겨요. 자금 운용에 대한 부분은 해보지 않고는 쉽게 알 수가 없어요. 책이 서점에 유통되고 판매돼 출판사에 현금으로 돌아오는 시점은 책마다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가능하면 첫 책뿐만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만들 수 있는 제작비와 그동안 출판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본금을 준비하시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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